그리 웁다

수안 001.

mosinig 2020. 7. 25. 22:53

드디어 레오가 집으로 돌아왔단다. 두 달이 되었을까? 혜경이 이모가 레오를 극진히? 잘 모시고 보살펴 줘서 레오는 이런 호강이 세상에 있나 싶었을텐데. 레오가 말을 못 해서 그렇지 무척이나 안타깝고 서운하고 분하기 까지 할거다. 그래서 아빠가 레오의 표정을 가만히 살피고 있는 중인데 여차하면 이불에 똥싸기 테러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는 레오의 특기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이다.
레오가 집으로 와서 우선 변한 건 집이 시끄러워 졌다. 아침에 아빠가 살포시 눈을 뜰 기새를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다가와 간식달라 냉큼 안일어나고 뭐하냐 야옹야아옹~ 소리 높여 외치니 도저히 그 간식을 아니 줄 수가 없어. 그렇게 아빠의 아침의 고요는 이제 저 멀리로 사라진거지. 또 수시로 여기 저기 다니면서 뭐라 야옹 야아옹 거리는데 덕분에 그간 조용하던 집이 아주 시끄러워 졌다. 옥수는 있는듯 없는듯 아주 조용한 녀석이었는데 레오는 옥수 덩치의 반 만한 녀석이 옥수보다 열배는 말도 많고 아주 시끄럽다. 그래도 그런 모습을 엄마가 좋아하니 아빠는 그냥 저냥 봐 주기로 한다.
레오는 왔고, 이제 남은 돌아올 이가 사랑하는 수안인데. 가만보자. 우리가 수안이가 집을 나선게 한 달은 족히 넘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아빠에게는 긴 시간이었는데 달력을 살펴보니 에게 고작 일주일, 그것도 딱 일주일 되었다니 시간이란 참 놀랍고도 밉다. 기다리지 않을 때는 그렇게 후딱 지나가면서 그리움에 기다리는 시간은 이리 더디 가니 말이다. 누군가를 그리워 하며 보내는 시간이 이리 천천히 간다는건 삶이 우리에게 의미하여 알려주는 바가 있다.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거나, 아니면 사랑하는 일이 있거나, 하물며 그런 생활이 있거나. 그런 삶은 알차기도 하고 의미가 있기에 같은 시간이라도 짧고 금방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거라는 거지. 물론 아무런 의미 없는 시간들은 반대로 쉽고 빠르게 흘러가 버리는 거지. 수안이는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아빠는 이번 일주일간, 함께 있을 때 더 잘 해주거나 대화를 더 많이 못 나눈걸 후회하고 반성하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아. 그래서 다음에는 더 노력해서 후회말자는 다짐도 했고. 수안이에게 이 일주일은 어떠했을까? 아빠는 많이 궁금해. 다음에 이 일주일에 대해 수안이 얘길 들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복희 고모가 수안이 생일선물 보내주겠다고 연락이 왔는데.. 다음 기회를 부탁드렸어. 수안이를 보고 싶어하며 기다리는 사람이 두 사람 더 늘어난거야. 복희 고모랑 고모부 두 분이. 수안이가 그 만큼 소중하고 사랑 받고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하고 감사했으면 바란다. 안녕.


오늘 역시 하나. 수안이를 보고 싶어하고 사랑하는 이가 두 명 더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감사.
둘. 레오가 무사히 잘 돌아 왔고, 아직까지 테러를 저지르지 않아서 감사.
셋. 주말이 이렇게 마무리 되고, 수안이가 내일은 아빠 엄마의 편지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

 

2020년 7월 26일,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