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 002.
별 수 없이 월요일 아침 눈을 뜨며 누운 채로 이 번 한주를 쓰윽 생각해 보게 되. 중요한 할일이 뭐가 있는지, 순서는 어떻게 되는지, 물론 이 번 한주의 가장 중요한 일은 엄마와 함께 수안이를 만나러 가는 일이지. 엄마가 벌써 말 했겠지만. 그리고 또 보자. 그래 요즘 아빠는 한 창 걷기 운동을 주로 하고 있어. 빠르게 걷기 보다는 보폭을 10센티미터 가량 넓혀서 걷는 운동을 벌써 한달째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허벅지 안쪽과 골반, 장딴지 등이 아프더니 지금은 괜찮아졌어. 안 쓰던 근육들이었나봐. 이젠 제법 재미를 붙여서 열심히 하는 편이지. 다만 지난 한 주간 운동량과 시간은 계획했던만큼 한 것 같은데 몸무게는 오히려 늘었다는게 이 걷기 운동의 부작용은 아닐테고. 역시 먹는것이 문제인가봐. 아~ 이렇게 힘든 다이어트를 월요일 이 아침 다시 또 다짐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아이고 허리야~
많은 사람들이 -주로 직장인들이 특히- 가장 싫어하는 요일, 월요일.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 월요일이 있기에 무언가 다시 시작하기에 적당한 계기를 얻곤 하는데, 그런 월요일을 뭣도 모르면서 출근하기 싫다고 구박해서는 안되겠지. 월요일의 대 반전이지. 월요일, 혹은 매월 1일, 길게는 한 해의 시작 1월1일을 계기로 사람들은 실패했던 계획을 다시 돌려 시작하고 또 새로운 계획을 세우곤 하지. 그 방법이 나쁘지 않지. 좋아.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은 짧게는 일초단위의 시간으로 구성되어 있잖아. 그래서 아빠는 내일부터, 다음주부터, 내년부터라는 말 보다는 지금 당장 계획을 실행하려는 자세가 더 훌륭하다고 생각 해. 왜냐. 새로이 시작되는 일초는 똑딱 새로운 시작을 방긋 웃으며 알려 주니까. 어떠니? 똑딱~ 이렇게 들으니 반갑지 않니? 아니라고요. 헐~
새로은 한 주의 시작 그 아침부터 가는 안개비가 내리네. 덕분에 아빠는 평소보다 출근을 서둘렀고 상쾌한 기분으로 석촌호수 한 바퀴 반을 시원하게 돌 수 있었어. 걸으며 나뭇잎의 푸르름과 그 푸르름에 반짝임을 더해주는 하늘 빛을 보는게 참 좋아. 오늘도 역시 걸으며 수안이 생각을 많이 했어. 수안이의 월요일 아침도 아빠와 같이 상쾌하고 소중하길 바라면서. 부디 그랬기를. 안녕.
하나. 월요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수안이가 보고픈 마음이 두 주먹 정도 커져서 감사.
둘. 밤 사이 별다른 레오의 테러 행위가 없음에 감사.
셋. 시원하고도 멋진 석촌호수길 산책이 행복했기에 감사.
2020년 7월 27일,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