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 015
지난 번 얘기했던 아빠의 인생영화 열편을 뽑아 간략한 내용 혹은 좋아 하는 이유등을 간략하게 정리 해 보았어. 거듭 말하지만 이렇게 열편을 꼽아 정리 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준 점에 감사하고 있어. 하지만 그 과정이 생각만큼 쉽지 않더라는 점도 솔직히 말할게. 순위는 의미 없지만 수안이가 이런 형식을 좋아 할 것 같아서 어렵게 구성 해 보았어. 아래의 영화들은 최소 두세번 이상 본 영화들이며 어떤 영화는 열번도 넘게 볼 만큼 사랑하는 영화들이야. 책과 영화는 한 번 읽고 보았다고 해서 읽고 보았다고 말은 할 수 있지만, 과연 그럴까 되 묻고 싶은 심오하면서도 다양한 의미를 독자와 관객에게 제시하는 데, 그 해석을 독자와 관객에게 맏기고 생각해보라는 거지. 물론 좋은 책과 영화들이 그렇다는 거야. 아빠는 수안이가 이후의 삶 속에 많은 좋은 책과 영화를 가슴에 담고 살았으면 바래. 그런 삶은 풍성하면서도 아름다울 테니까.
10위. 스타워즈 - 아빠는 모든 장르의 영화를 다 좋아하지만 특히 좋아하는 장르를 꼽으라면 SF(사이언스픽션) 이 아닐까. 쉽게 공상과학영화를고 불리는 이 장르의 영화의 시작이었으며 아빠나이만큼 오랜 시간동안 후속작을 통해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고 기억되는 작품이야. 이 외에도 아빠가 좋아하는 SF 영화는 <블레이드러너> <매트릭스> <인터스텔라> 등이 떠오르는데. 오래전 영화 속 상상이 현실로 변화는 과정을 지켜 볼 수 있다는 것도 재미난 포인트 중 하나. 달로 여행을 가고, 핸드폰으로 얼굴을 보며 영상통화 하는 지금의 이 현실이 아주 오래전 영화속에서는 상상이었다는 사실. 언젠가는 정말로 인간이 시간을 정복하여 과거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겠지.
9위. 영웅본색 - 중학교 2학년때로 기억해. 친구집에서 비디오를 통해 본 홍콩영화야. 주윤발, 장국영 등 전설이 된 그 이름들이 처음 등장하는 영화였고 이 후 한동안 대한민국은 홍콩 느와르 영화가 대세가 되었어. 폭력조직 과 경찰조직, 그 속에서 남자들의 진한 우정과 의리를 보여주는데. 당시 대한민국 청소년들, 그러니까 지금의 아빠나이의 중 장년들에게 이 영화가 준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아무튼 큰 충격은 삶 속에 고스란히 남아 스며들어 버렸다고 할 수 있지.
8위. 라디오스타 - 힘들고 지칠 때,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 위안이 되는 친구처럼 포근한 영화야. 영화배우 안성기와 박중훈은 대한민국의 영화사에서 가장 훌륭한 콤비라 할 수 있지. 한물 간 가수와 그 매니저로 분해 겪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역시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이 펑 터져버려. 도대체 열 번을 보았는데 볼 때 마다 눈물이 나와버려. 내겐 소중한 친구같은 영화야. 친구같은 한국영화 몇 편 더 소개하자면 <변호인> <천하장사마돈나> <봄날은간다> 등등, 몇 번을 보고 또 봐도 볼 때마다 좋아.
7위. 살인의 추억 - 봉준호 감독의 초기작인데, 우리나라 영화를 지금의 단계로 올린 영화라 생각해. 영화 <기생충> 알지? 봉준호 감독이 만들어 최고의 영화상을 많아 받은 작품이지만 아빠는 살인의 추억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해. 영화의 내용과 영상이 이전 영화에 비해 한 층 세련되어 진거지. 한 동안 대한민국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한 지역의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연출을 한 작품인데 적절한 사실과 연출의 구성으로 보는 내내 긴장을 놓을 수 없었어. 지금은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가 된 송강호가 본격적인 대세로 자리잡게 해준 영화라고 할 수 있지.
6위. 밀리언달러베이비 - 클린트이스트우드, 배우로 잘 알려진 분이지만 영화감독으로서도 대단히 훌륭한 분이야. 아니 영화 감독으로서 더 훌륭하다고 생각해. 그가 만든 영화들이 다 좋거든. 이 영화 역시 각양 각색의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조금 특별한 사건이 하나 생기는데, 자신의 모든 열정과 노력을 바친 권투선수가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챔피언을 바로 목전에 두고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된다는 내용인데. 그 과정과 사고 이후의 변화된 삶을 힘겨워 하는 모습 등. 인간으로서의 삶의 의미를 어디에 놓았는지. 있긴 한건지 찾을 수 있는건지. 생각하게 만들어.
5위. 바다마을 다이어리 -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인데,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로 가족을 그린 영화야. 같은 감독의 작품 중에 <환상의 빛> <걸어도걸어도> 등이 더 좋긴 한데, 내게 히로카즈 감독을 알려준 작품이고, 수안이도 보기에 편안한 작품이라 선정했어. 특별한 사건없이 잔잔하고도 소소한 삶의 이야기로 만든 영화가 담백하고도 맛있다는 걸 알게 해준 감독이고 영화들이야. 덕분에 한국의 홍상수 감독의 영화도 사랑하게 되었지.
4위. 아마데우스 -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삶과 그 음악을 다룬 작품인데. 영화의 내용도 흥미롭지만 틈틈이 흘러나오는 모차르트의 음악이 진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어. 모차르트잖아. 영화 속 음악이 영화를 살린다니 좀 아이러니 한데. 이 후로도 좋은 음악은 좋은 영화를 만들어주는 마법을 부리곤 해. <원스> <어거스트러쉬> <위플래쉬><라라랜드><보헤미안랩소디> 등이 떠올라.
3위(공동). 내친구의집은어디인가 - 압바스키아???? 감독 이름이 어려워. 그냥 이란의 영화감독이라고 하자. 제3세계 영화가 이렇게 재미있고 감동적 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어. 좋은 영화가 다 큰 극장에 상영되는 건 아니라는 것도 알게되었고. 좋은 영화는 관심을 가지고 코를 킁킁거려 가며 찾아야 한다는 사실.
3위(공동). 보이후드 - 리차드 링클레이터 갑독이 장장 12년간이나 촬영하여 만든 작품인데, 어린 주인공의 실제 성장과정 중의 모습을 볼 수 있어. 12년 이라니. 대부분의 영화들은 몇 달 후다닥 촬영하여 상영하는데. 한 편의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12년이라는 오랜 시간의 공을 들여 만든 작품이야. 촬영 기간도 대단하지만 영화의 내용과 음악. 여기 후반부에 기타의 선율을 시작으로 분출하듯 흘러나오는 음악, ‘Let me go, I don’t want to be your hero~” 흘러 나오는 순간. 우와아아~~ 뭐라 감정을 설명하기 어려운데. 희열을 느끼게 되지. 가족과 성장을 다룬 영화인데. 아빠는 볼 때 마다 수안이 생각을 해. 어쩔 수 없어. 너도 언젠가는 어른이 되고 독립하여 우리 곁을 떠나게 될 테니까.
2위. 시 - 이창동 감독의 영화로 대한민국 영화 중 최고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아. 시를 배우고 알아가는 과정을 삶의 모습과 함께 보여주는데. 윤정희 배우의 꾸밈 없이 나이 든 모습과 연기가 좋았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하물며 사물까지 다시 보고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어. 그냥 보아서는 몰라. 애정을 가지고 찬찬히 잘 보아야 해.
1위. 시네마천국 - 고등학교 2학년때였나, 친구와 같이 극장에서 본 영화로 영화에 대한 가치 기준을 바꿔준 인생작이라 할 수 있어. 이 작품을 통해 영화라는 미디어를 사랑하게 되었지. 또한 영화속 음악이 며칠씩 귓속에 남아 머릿속 장면들과 함께 재연되곤 했어. 얼마전 돌아가셨는데 ‘엔리오모리코네’라고 영화사에 길이 남을 음악가의 작품으로 이분의 이름은 꼭 기억해주길 바래.
이 열한편의 영화들을, 글쎄 수안이가 언젠가는 다 볼 수 있을까? 보고서 아빠 생각을 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이 글을 정리하며 드는데. 그럴 수 있었으면, 거기에 더 바란다면 이 영화들을 보고서 아빠와 영화에 대해 함께 얘기 나눌 수 있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해. 그 생각이 남은 오늘 하루를 행복하고 감미롭게 만들어 주겠지. 그럼 오늘도 여기서 안녕.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