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활 보다
영화 <환상의 빛>
mosinig
2017. 7. 22. 01:41
‘그래, 그렇게 좋은데, 왜 그렇게 좋냐?’ 라는 질문을 받는 순간 적절한 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갑자기 여러 매체를 통해 오랜동안 광고했었던 어떤 건강식품 대표의 광고멘트가 떠올랐는데요. ‘남자한테 참 좋은데, 참 좋은데 머라 설명을 할 수가 없네' 별로 좋아하지 않는 광고지만, 어쩌다보니 피하지 못 하고 많이 들어 귀에 딱지가 앉았던. 아무튼, 당장의 내 심정이 이러하니 어쩌나요. 이 표현이 그나마 적절한 것을..
영화 <환상의 빛>은 소설가 미야모토 테루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1995년 개봉한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데뷔작입니다. 네이버 영화에 소개된 이 영화의 줄거리 첫 문장은 이렇습니다.
‘영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데뷔작!’
인정합니다. 내가 아는 영화 중, 데뷔작으로 이 만큼 잘 만들어진 영화는 단연코 없었으며, 심지어 내 인생의 영화 No 1.을 차지할 기세로 잔잔한 파도가 일듯 조용한 흥분과 깊고 진한 여운을 제게 남겨준 영화입니다. 왜 이렇게 좋을까요? 나도 모르는 내 감정을 하나 씩 들춰 확인해 보겠습니다.
‘영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데뷔작!’
인정합니다. 내가 아는 영화 중, 데뷔작으로 이 만큼 잘 만들어진 영화는 단연코 없었으며, 심지어 내 인생의 영화 No 1.을 차지할 기세로 잔잔한 파도가 일듯 조용한 흥분과 깊고 진한 여운을 제게 남겨준 영화입니다. 왜 이렇게 좋을까요? 나도 모르는 내 감정을 하나 씩 들춰 확인해 보겠습니다.
주인공 ‘유미코’는 어린시절 치매로 (마지막)집을 나서는 할머니를 붙잡지 못한 죄책감에 나이가 들어 결혼한 후에도 가끔 어린 당시의 그 상황을 꿈으로 잠을 이루지 못 하곤 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그녀는 소박한 일상을 만족하며, 어린 아들과 어릴적 친구였던 남편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유조차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남편의 자살로 그녀는 다시 새로운 삶의 혼란을 겪게 되는데요. 그 힘겨웠을 시간이 몇 해 흐른 뒤, 주인집 아주머니의 주선으로 살던 곳에서 멀리 떨어진 바닷가 마을로 재가하여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여 새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렇게 순탄할 것만 같았던 그녀의 삶은 동생의 결혼식으로 다녀온 자신의 고향, 자살한 남편과의 삶이 있었던 그 곳, 그 추억을 다시 밟는 순간, 내면 깊숙이 침잠해있었던 그녀의 아픔은 자신도 모르는사이 다시 소환됩니다.
대략적인 영화의 줄거리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처음 영화를 보았을때, ‘이게 뭐지?’ 상업영화에 흔치 않은 ‘롱 테이크'와 ‘흑과백'의 단조로운 색감등으로 보는 내내 힘겨웠는데요. 힘겹게 두번, 세번 영화를 다시 보아 낸 결과 ‘툭' 하고 가슴팍에 와 닿는 묵직한 여운의 맛을 안게 되었습니다. 이 받아 안은 감동, 여운의 제 느낌을 함께 공부하는 학인분들께 내가 역시 힘겹게 얻은? 평양냉면맛에 비유하니 적절하다는 의미의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제게는 ‘을밀대' ‘우래옥' 등의 냉면 맛을 서서히 느끼고 좋아하게 된 과정과 비슷했는데요. 이 맛의 가장 적확한 표현은 ‘슴슴하다' 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 맛을 알기전의 좋아했던 시큼달짝지근한 자극적인 맛을 저 뒤로 밀어버리는, 알지 못했으면 회한으로 남을 훌륭한 내 입맛으로 자리매김 하였습니다. 제대로 삭힌 홍어의 참맛 처럼요.
영화는 끝까지 전 남편이 왜 자살했는지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되려 그 이유를 알고자 하는 관객을 영화는 재미없도록, 지치고 힘들도록 저 구석으로 몰아부치기까지 합니다. 그저 인정하고 받아들이라는 듯 영화는 우리에게 요구합니다.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남편의 자살 이유를 알고자 했던 유미코는 어쩌면 자신이 살아가야 할 이유를 더 알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구요. 번쩍. 결국 영화를 통해 유미코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왜 살아가야 하는지’를.
처음에 답답했던, 영상, 프레임이 결국 이 ‘슴슴한'맛을 내기 위한 훌륭한 배경임을 깨닫습니다. 영화 전반에 표현 된 빛과 어둠은 어쩌면 우리의 평이한 일상 속 모습 들입니다. 지극히 사소하기에 쉽게 지나칠 뿐 특별한 빛과 어둠이 아니며, 그 빛 혹은 어둠이 환상적일 수도 아닐 수 도 있습니다. 받아들이는 이의 몫일 뿐입니다. 영화는 우리 각자의 삶의 의미를 그저 각자에게 물을 뿐, 함부로 방향을 제시하지도 틀렸다고 나무라지도 않습니다. 영화는 지속적으로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질 뿐입니다. 그 답을 찾는 행위는 우리 각자의 몫 임은 당연합니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답을 찾아내라고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결국 제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추상적이긴 하지만 간단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는 새로운 ‘맛'을 눈 뜨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슴슴한 평양냉면의 맛을 깨달았을 때 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