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다시 읽고 싶은 책은 김승옥씨의 소설 입니다. 이 소설은 고향 무진-밤사이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삥 둘러싸고 있는 마을-을 오랜만에 방문한 한 남자가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여자 교사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단편소설이지요. 김승옥씨의 단편소설들은 문학어로서 한국어가 도달할 수 있는 하나의 정점을 구현하고 있다고 할까요. 그 중에서도 하나만 꼽자면 단연 일 겁니다. 제가 느끼기엔 한국어로 적힌 가장 아름답고 가장 명징하고 가장 쓸쓸한 문장들이 이 작품에 담겨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 당시 스물네 살의 나이였던 김승옥씨가 쓴 의 매우 인상적인 구절들을 몇 군데만 꼽으면 아래와 같습니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이제껏 꽤 많은 책을 읽어왔지만, 여전히 저는 책 읽는 속도가 특별히 빠르지는 않습니다. 빨리 습득하기는커녕, 심지어 메모를 하고 줄까지 쳐가면서 공들여 읽은 책인데도 몇 달 지나면 대강의 내용조차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책읽기가 허무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책을 통해 파악한 구체적인 지식의 몸체는 기억 속에 남지 않는 것 같아도, 그런 지식의 흔적과 그런 지식을 받아들여나가던 지향성 같은 것은 여전히 어딘가에 남고 또 쌓여서 결국 일종의 지혜가 된다고 믿으니까요. .... "당신이 죽기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할 1000권의 책"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냥 당신이 읽고 싶은 책과 읽어서 즐거운 책이 있을 뿐이지요. 그리고 시간이 걸리는 일을 단박에 해치울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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