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부작 일일불식' 강신주선생의 어느 책에서(팟캐스트 였던가) 기억에 남는 문구이다. 하루에 한 끼라도 먹으려면 자리에서 일어나 마당이라도 쓸어야 한다는 말이다. 밥 한끼 먹기가 떳떳하지 못 한 요즘의 나이다. 대체 나는 밥 한끼 먹을만한 일을 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구차해진다. 구차함을 떨쳐버리는 순간 과감한 '빌어먹을놈'이 되어버린다. 고작 한 끼도 이러할진데 세끼까지 챙기려 하다니, 이 건 더 생각할 필요 없이 부끄러운 생각이다. 이러한 나에게 얼마 전 경미가 반가운 소식을 카톡을 통해 보내왔다. '간헐적 단식'을 주제로 한 영상이다. 쌀 떨어졌다 소리 말고 작작 좀 먹어 라는 경고라고 겸허한(하기로, 꽤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였지만) 자세로 시청 결과, 위의..
처음에는 빈혈인가 했다. 요사이 술도 안먹고(x) 덜먹고, 고기섭취도 안하고(x) 줄이고, 소식을 해서 그런가했다. 엊그제 아침, 잠에서 깨어 일어나려는데 천장이 빙글빙글 3.5초간 돌고돈다. 하마터면 일어서다 말고 고꾸라질 뻔 했다. 어쭈. 가끔 겪는 아찔한 현기증과는 분명히 차원이 다른데 뭐지? 2.7초간 걱정을 하다말고 방긋. 새 아침을 맞이한다. 오후들어 심각해졌다. 수안이와 낄낄거리며 잘 앉아 있다가 일어서려는데 4.3초간 또 벽면이 돌고돌더니또돈다. 이건 분명히 현기증이 아니다. 우선 좀 누워 생각해야겠다. 눕자 마자 다시 천장이 돌기 시작한다. 뭘 잘 못 먹은 건가? 태어나 처음 겪어보는 어지러움이다. 돌기가 멈추기를 기다렸다가 돌아 눕자 마자 다시 방바닥이 돌기 시작한다. 이거 심각하다. ..
나는 사진 찍는 행위를 좋아하는 인간이다.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우선 사진을 찍어 그 사진을 현상(디지털 보정)을 통해 그 실체를 조금 다듬더라도 다른 이들이 보기에 칭찬할 만한 사진을 만들기를 좋아한다. 쉽게 남들이 '우와'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했을 때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예전에 말이다. 제법 오래 전에 말이다. 하지만 그 오래 전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서 갑갑함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그 오래 전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는 그 갑갑함의 이유를 몰랐었다. 단순한 실증 정도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오래 전 시간이 조금 많이 흐른 뒤 우연히 알게 되었다. 아니 나의 그 생각의 변화에 대해 조금 더 성의있는 유추를 통해 얻은 나에 관한 사실이다. 진실이 결여된 사진에 대한 회의. 그 가식에 ..
부평역 지하상가,그들의 하루는 미처 해가 뜨기 전에 시작되었다.셔터를 올리고, 장식장을 옮기고, 넣어두었던 물품을 꺼내어 진열한다정성스레 상품을 내 놓고서는 손님을 기다린다. "장사의 기본은 남들보다 먼저 문을 열고, 남들보다 늦게 문을 닫는거여"30년 넘은 어르신의 말씀이 귀에 남았다.영수증이 들어찬 매장내 좁은 책상 한켠, 액자속의 웃는 가족들의 얼굴이 마음에 남았다. 늦은 밤, 셔터를 내리고 올라 선 지상,코가 싸한 밤공기가 좋다며 웃으며 돌아선 그들의 뒷 모습.하루의 고단함 보다는 내일의 희망이 느껴져 내 마음도 덥혀진다.
지성의 모험적 사용 자유란 자기가 믿는 관념, 자신이 자명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전제를 의문에 부치는 근본적인 물음으로부터 나온다. 그런 물음을 통해 자신이 생각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며 지성을 탐험적으로 사용할 때 비로소 자유는 시작된다. 그런 물음을 상실했을 때, 지성은 열쇠를 잃고 벽의 일부가 되어버린 닫힌 문이 된다. 알지 못하는 것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쳐내고 배제하는 절단기다 된다. 지성의 자유는 지성의 모험적 사용에서 시작된다. - 이진경 p.190 저자는 당면한 사태에 대해 "이해할 수 없어! 라고 우선 대처하는 태도는 결국 자신의 지성의 무능력을 인정하는 자세라고 한다. 반대로 똑 같은 상황에서 "대체 왜 그랬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그 의문에 답하기 위해, ..
토닥토닥. 아.아.. 여기는, 여수 밤바다. 그 부근. 올들어 처음으로 가족 캠핑여행중. 캠핑을 자주 하는 분들도 텐트안에서 빗 소리를 듣기는 쉽지 않다고 하는데, 혹시나 눈이 살포시 내려 앉는 소리를 듣는다는건 일종의 행운이라고도 한다. 오늘, 이밤. 여수 밤바다 어느 부근, 우리가족이 누워있는 텐트에 토닥토닥! 빗방울 소리가 울리고 있다. 토닥토닥! 요즘 또 괜히 힘든척, 방황을 꿈꾸는 나를 위로 하는, 혹은 격려 하는 소리 같기도 하고, 고맙고, 반갑고 해서 잠 못 이루고 이러구 앉아 있다.
- Total
- Today
- Yesterday
- 일일일식
- 지혜
- 라연
- 필사
- 편지
- 김초엽
- 식집사
- 수알
- 파벨만스
- 수안
- 카페뮤제오
- 백수린
- 이동진
- 카니발 블랜드
- 에리히프롬
- 강신주
- 상도역
- 몬스테라
- 클리볼드
- 하라리
- 뮤제오
- 밤은책이다
- 커피
- 역사
- 시급노동
- 방금 떠나온 세계
- 내가틀릴수도있습니다
- 스필버그
- 임계장 이야기
- 로쟈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